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안 도시들을 걸을 때, 우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와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그 느낌을 가장 강하게 구현해낸다.
두브로브니크는 중세 해상 공화국의 성벽을 품고,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가 남긴 궁전을 일상의 도시로 바꿔버렸다. 이 두 도시를 여행하던 우리는 결국 바다와 돌과 빛이 만든 옛 시대의 이야기를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쓰는 셈이다.
이 글에서는 두 장소를 ‘아드리아해 중세와 로마의 시간을 걷는 여행 가이드’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며, 각 도시의 분위기·거리·교통·현지 팁을 섬세히 다룬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 성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중세의 파노라마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전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며, 바다와 붉은 지붕이 겹겹이 쌓인 풍경은 독보적이다.
성벽이 도시를 감싸는 구조 덕분에 중세의 방어적 욕망과 도시의 일상이 모두 드러난다.
붉은 지붕 사이 골목을 걷다 보면 돌바닥에 햇살이 반사되며 과거의 흔적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도시 지붕이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또한 이 도시의 매력은 과거가 ‘보존된 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사람이 살고 걷고 있는 도시 공간이라는 데 있다. 여행자가 그 안을 걸을 때, 시간의 층위가 몸에 스며든다.
정보 카드
분위기: 고요한 중세 성벽 도시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파노라마
추천 거리: 성벽 산책길 약 2 km, 구시가지 중심 스트라둔 거리 약 300 m
핵심 포인트: 성벽 걷기, 스트라둔 산책, 미네타 요새 전망
교통편: 두브로브니크 공항 → 버스 또는 택시로 약 20-30분 → 구시가지 도착
현지 팁: 아침 8시 이전 입장 추천. 오후 시간대엔 관광객이 몰리며 돌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어 편한 신발이 중요.
위치·거리 정보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남부 달마티아 해안에 위치하며, 구시가지의 성벽 둘레는 약 2 km 정도다. 성벽 최대 높이는 약 25m에 이르며,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여행자에게 강렬한 ‘전망의 경험’을 선사한다.
도시 주요 입구는 Pile Gate와 Ploče Gate 두 곳이며, 보통 관광객은 Pile Gate를 통해 입장한다. 도시 내부는 거의 도보 전용 구역이 많아 짐은 가볍게 준비하는 게 좋다.
성벽 위 외곽 산책이 가능한 구간과 성벽 내 골목을 잇는 이동 동선이 존재하므로, 시간 여유를 두고 걷는 것이 좋다.
성벽 산책의 리듬
성벽을 따라 걷는 순간, 수평선 위로 펼쳐진 바다와 붉은 지붕이 맞닿고, 중세 요새가 오늘을 향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미네타 요새 구간에서는 도시 전체 조망이 가능하며, 사진 찍기에도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다.
성벽 길이 완만하긴 하지만 돌계단·내리막이 존재하니 편안한 운동화를 준비하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구간에서는 얇은 겉옷이 도움이 된다.
스트라둔 거리 & 구시가지 산책
도시 중심축인 **스트라둔 거리(Stradun)**는 낮과 밤 모두 매력적이다. 낮에는 돌바닥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조명이 석조 건축물 위로 은은히 비치며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상점·카페·디저트숍이 이 거리 주변에 밀집해 있어 “여유 있는 산책 후 휴식” 코스로 적절하다.
구시가지 내부 골목들은 좁고 미로처럼 이어져 있어 관광객이 덜 붐비는 시간대를 노려 들어가면 더 여유롭다.
맛집 & 휴식 포인트
해산물 파스타, 오징어 구이, 현지식 피자 등이 인기 메뉴다.
구시가지 내부 식당은 가격이 비교적 높을 수 있으므로, 돌바닥 골목 안쪽이나 외곽 식당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젤라토 가게가 많아 더운 날 오후 잠깐 휴식을 위한 디저트 타임으로도 추천된다.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 로마 황제가 만든 도시의 심장, 살아 움직이는 유산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3세기 말에서 4세기 초에 지어진 로마 황제의 은퇴 궁전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시 전체가 그 위에 세워졌다. 지금 이곳은 **‘살아 있는 유적’**이라 불린다.
건축물은 로마의 군사캠프(카스트룸) 형식을 띠면서도 내부는 일상의 시장·카페·주택으로 변화했다.
이 공간을 걷다 보면 기둥 사이로 카페 잔이 놓여 있고, 대리석 벽 옆으로 사람들의 생활이 지나간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겹쳐져 존재한다.
그 자체로 도시의 심장이 되는 공간—궁전이 곧 도시이고, 도시가 곧 궁전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이곳이 주는 감성의 핵심이다.
정보 카드
분위기: 고대 로마의 권위가 현대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맞닿은 공간
추천 거리: 궁전 내부 및 구시가지 약 1~1.5 km 산책
핵심 포인트: 페리스트릴 광장, 지하실(cellars) 탐방, 성 돔니우스 대성당과 종탑
교통편: 스플리트 기차역·페리항에서 도보 5-10분
현지 팁: 지하실은 유료 입장 + 오전 방문 추천, 종탑 난간 좁음·높음 주의
위치·교통 정보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해안 중부에 위치하며, 기차역과 페리항이 매우 가깝다. 궁전 주요 관문인 ‘골든 게이트(Golden Gate)’에서 탐방을 시작하면 도시 구조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궁전 내부 골목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미로처럼 보일 수 있어, 목적지를 정해두고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
GPS가 정확하지 않은 좁은 골목이 있으므로 “직관적 걷기” 감각이 여행의 흐름을 매끄럽게 해준다.
페리스트릴 광장과 중심 산책
페리스트릴(Peristyle) 광장은 궁전의 중심부로, 로마양식의 기둥·아치가 줄지어 서 있다. 낮에는 햇빛이 돌바닥을 비추며 웅장한 분위기를, 밤에는 조명 아래에서 고요하고 신비로운 감성을 만든다.
광장 주변에는 거리 공연이나 문화 이벤트가 열리기도 해서 단순 산책 이상의 경험이 가능하다.
광장에서 나와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카페, 상점, 주택이 이어지며 ‘궁전 속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생활감 있는 유적 탐방이 된다.
지하실(Cellars)과 건축의 무게
궁전의 지하실은 건축적·역사적 의미가 깊다. 구조물의 기초 역할을 했던 석조 아치와 기둥이 그대로 남아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휴식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출구 근처에는 기념품 가게나 카페가 자리잡아서 탐방 후 자연스럽게 쉬어갈 수 있다.
이 구역은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일상이 섞여 있어, 사람들의 흐름을 관찰하며 걷기 좋은 구간이다.
성 돔니우스 대성당과 종탑
원래 황제의 마우솔레움(무덤)으로 지어진 이 공간이 지금은 성당으로 쓰이며, 종탑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다.
계단이 매우 좁고 난간이 낮아 고소공포증이 있는 여행자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종탑 위에서 바라본 해안과 도시 지붕의 조화는 그 위험을 감수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골목 탐방과 식사 포인트
궁전 내부 골목에는 카페·작은 레스토랑·디저트 가게가 이어져 있다.
해변 근처 레스토랑은 가격이 조금 높지만, 석양과 함께 즐기는 식사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구시가지 내부 골목까지 깊이 들어가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숨은 식당도 발견할 수 있다.
두 도시 연결 플랜 – 아드리아해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는 서로 분위기·구조·시간 감각이 다르지만, 아드리아해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된 여행 축을 이룬다.
두브로브니크가 중세 성벽 도시라면, 스플리트는 로마의 궁전이 도시가 된 형태다. 이 대비는 여행의 깊이를 한층 높인다. 중세–로마–현대가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두 도시를 여행 루트로 엮으면 바다 위에서 시작해 도시 골목을 거쳐 건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이 된다.
이동 정보
두브로브니크 ↔ 스플리트 구간은 버스로 약 4-5시간, 차량으로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여름철에는 고속 페리도 운항되어 해상 이동이 가능한 옵션이다.
이동 중 경치는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마을·섬·바다 풍경이 지연된 ‘이동 시간’을 풍경 감상 시간으로 바꿔준다.
짐은 최소화하고 도보 중심의 탐방 스타일로 준비하면 두 도시에서 보낸 시간이 더 여유 있고 기억에 남는다.
추천 일정
- 1일차: 두브로브니크 도착 → 스트라둔 거리 산책 → 성벽 걷기 → 항구 인근 식사
- 2일차: 이른 아침 성벽 재방문 → 스플리트로 이동 → 구시가지 카페 휴식
- 3일차: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탐방 → 페리스트릴·지하실·성당·종탑 순 탐방 → 해변 식사 및 석양 감상
이 일정은 두 도시의 핵심 요소를 균형 있게 담아낸다.
여행 팁 요약
- 두브로브니크는 햇빛이 강하고 돌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어 모자·선크림·미끄럼방지 신발 권장
- 스플리트는 골목 탐방이 많고, 종탑이나 지하실 등 구조가 복잡하므로 여유 있는 시간을 준비
- 가능하다면 비수기 및 이른 시간대 방문이 더 쾌적하다
- 두 도시 모두 도시 내부 숙박비가 높아 이동 숙박 전략을 고려해보자.
결론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는 단순히 ‘가봐야 할 곳’이 아니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성벽 위에서 바다와 도시를 동시에 바라보며 중세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스플리트는 로마 황제가 머물던 건축이 지금은 카페와 상점으로 바뀐 역사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이 두 도시를 연계해 여행하면 과거와 현재가 한 도시 속에 공존하는 크로아티아의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자는 바람·빛·돌의 결을 따라 걷고, 도시가 기록해온 시간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참고문헌
- “Old City of Dubrovnik”,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UNESCO 세계유산센터+1
- “Historical Complex of Split with the Palace of Diocletian”,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UNESCO 세계유산센터+1
- “Diocletian’s Palace”, Wikipedia.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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